치매(노망, 老妄)
(1)개요
치매란 정상적으로 성숙했던 뇌가 나중에 어떤 원인으로 나빠져서 보통의 일이나 사회 활동, 대인 관계에 심각한 장애가 있는 상태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의식은 분명히 있지만 기억력과 사고력이 나빠져서 활동에 지장이 있고, 적어도 6개월 이상은 증상이 있어야 치매라고 말한다.
흔히 우리가 노망이라고 부르는 치매는 만성적으로 나빠지는 경향이 있어서 환자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 나아가서는 사회에까지 많은 부담을 준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노인 인구가 계속 늘어갈 것이므로 가정이나 병원에서 치매 환자의 비중도 점차로 높아지리라고 생각된다.
(2) 증상
치매는 다른 병들과 마찬가지로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치매 증상은 일반적으로 환자나 보호자가 눈치를 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치매 환자들이 가지는 초기 증상들을 염두에 두었다가 조금이라도 의심이 되면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① 기억장애: 전화번호, 사람 이름을 잊어버린다. 약속을 잊거나 약 먹는 시간을 놓칠 수 있다.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찾을 때가 빈번해 진다. 최근 기억에 비하여 아주 젊었을 때나 오래 전에 일어났던 일을 잘 기억하는 편이다. 따라서 옛날 일은 잘 기억하기 때문에 기억력이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② 언어장애: 물건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다거나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이와 병행해서 읽기, 쓰기의 장애도 나타난다.
③ 시공간능력: 방향감각이 떨어지거나 심해지면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
④ 계산력: 물건을 살 때 돈 계산이 틀리거나 돈 관리를 하는데 실수가 잦아진다.
⑤ 성격변화, 감정변화: 꼼꼼하고 예민하던 사람이 느긋해 진다거나 말이 많고 사교적이던 사람이 말수가 적어지거나 얼굴표정이 없어지고 집안에만 있기를 좋아한다던가 매사에 의욕적이던 사람이 흥미를 잃기도 한다. 생각이 단순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할 수 있고 남을 의심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전에는 매우 깔끔하던 사람이 세수나 목욕을 게을리하는 등 개인위생이 떨어질 수 있다.
위와 같은 증상도 문제지만 병이 더 심해지면 신체적인 장애가 나타난다. 제대로 걷지 못하고 대소변을 못 가리고 발작을 하거나 근육이 경직되기도 한다. 그 밖에 폐렴이나 욕창, 심하면 패혈증에 걸리기도 하며 이런 이유로 사망하기도 한다.
(3) 치매의 원인과 종류
① 알츠하이머(Alzheimer)씨병
치매의 원인 중에서 50~60%를 차지한다. 1906년에 알츠하이머가 처음 이름 붙인 병으로 뇌피질(회백질)의 신경 세포가 없어지면서 뇌조직이 전반적으로 쭈그러든다. 원인은 아직 잘 모르지만 유전적 요소가 어느 정도 있지 않은가 생각된다. 예전에는 젊은이(초로성 치매)에게 생기는 치매만 알츠하이머씨병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나이 든 노인(노인성 치매)도 모두 알츠하이머씨병이라고 한다.
② 혈관성 치매
전체 치매의 20% 정도가 해당된다. 여기에도 몇 가지 종류가 있는데 그 중 제일 흔한 것이 다발성 경색성 치매로서, 뇌경색이 여러 번, 여러 군데에 와서 생기는 치매이다. 주로 고혈압으로 뇌의 변두리에 있는 작은 동맥이 막히고 그에 따라서 작은 뇌경색이 여기 저기에 여러 시기에 걸쳐서 생기는데, 급성으로 시작해서 뇌경색이 올 때마다 악화하는 경향이 있다. 예전에는 진단이 어려웠지만 자기 공명 영상이 등장한 뒤로는 작은 경색도 진단이 쉬어졌다. 15~20%의 환자는 알츠하이머씨병과 혈관성 치매가 함께 있다.
③ 에이즈·치매 복합
에이즈 때문에 늘고 있는 치매이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뇌로 잘 들어간다. 따라서 뇌나 뇌수막에 에이즈 바이러스가 염증을 일으키면 나중에 그 합병증이 치매의 형태로 나타난다. 에이즈 환자의 증상은 주로 성병이나 폐렴으로 나타나지만 종종 치매라는 증상으로도 나타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④ 알코올성 치매
술을 오랫동안 많이 마셔도 치매가 된다. 베르니케·코르사코프 증후군과 마키아파바비냐미병이 대표적이다.
⑤ 정상 뇌압 수두증(NPH)
전산화 단층 촬영을 해보면 뇌실이 늘어나서 수두증이 있지만 뇌압은 정상이다. 치매 뿐만 아니라 특징적으로 걸음을 제대로 못 걷고 오줌을 지린다.
⑥ 피크씨병
알츠하이머씨병이 뇌의 전반적인 퇴행성 변화가 특징이라면 피크씨병은 국소적인 특히 전두엽과 측두엽에 국한된 퇴행성 변화가 특징인 병이다. 비교적 드문 병이다.
⑦ 크로이츠펠트·야콥씨병
남태평양의 원주민들에게서 처음 발견됐다. 식인 습관이 있는 종족이 사람의 뇌를 먹은 뒤에 그 뇌 속에 살고 있던 슬로(slow) 바이러스를 먹음으로써 감염된다. 워낙 느리게 수십 년 뒤에 치매를 나타내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이름도 슬로(느린) 바이러스다. 바이러스 전염병이다. 1996년 봄,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광우병(狂牛病)이 이 병과 관계가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⑧ 헌팅턴씨병
헌팅턴씨 무도병(舞蹈病)이라고도 한다. 치매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춤을 추는 모습처럼 팔다리나 얼굴이 환자의 의지와 관계 없이 이상하게 움직인다.
⑨ 기타
그밖에 신경 매독이나 뇌결핵 등의 뇌 감염과 뇌 손상, 독성 물질에 의한 뇌세포 중독 등도 치매를 일으킬 수 있다.
(4) 진단과 치료
치매의 진단은 쉽지가 않고 많은 임상경험이 필요하다. 전문의사에게 일반적인 문진과 신경심리검사를 포함하는 신경학적 검사를 받아야 하며 뇌컴퓨터촬영이나 뇌자기공명촬영 등의 정밀검사가 필수적이다. 일반적인 혈액검사를 비롯하여 추정되는 원인에 따라 유전자검사, 뇌척수액검사 등의 특수 검사가 필요할 때도 있다. 일단 치매가 의심된 다면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치료는 쉽지가 않다. 알츠하이머씨병이나 다발성 경색성 치매에서 한번 손상된 뇌세포를 회복시킬 방법은 없다. 그러나 최근 신경과학의 비약적 발전에 힘입어 알츠하이머씨병에도 기억력장애를 호전시키고 병의 진행속도를 완화 시킬 수 있는 약물이 이미 개발되었고 지금 개발중인 약물도 많다. 또한 흔히 동반되는 우울증이나 수면 장애, 불안, 적개심에 대한 약물 치료가 많은 도움이 된다(항정신병 약물, 항우울증 약물 등). 혈관성 치매 환자에게는 뇌졸중이 생길 위험이 높으므로 뇌졸중의 예방에 신경써야 된다. 담배를 끊고,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을 조절하고, 꾸준히 뇌졸중 예방약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밖에 환자 가족이나 보호자가 병에 대한 교육과 상담을 받는 것이 가족 구성원으로서 도움이 된다.
FAQ 1. 건망증과 치매와의 관계는?
건망증이란 어떤 사실을 잊었더라도 누가 귀뜸을 해주면 금방 기억해내는 현상으로 흔히 정상인에게도 있을 수 있습니다. 기억장애는 귀뜸을 해주어도 기억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건망증보다 심각하게 받아 들여야 합니다. 치매는 기억장애 외에도 방향감각 저하, 판단력 저하 등 다른 사고력에도 장애를 보일 때 진단할 수 있습니다. 단순 기억장애도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반드시 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FAQ 2. 치료가능한 치매가 있는가?
치매의 여러 가지 원인 중 퇴행성 질환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치료가 가능하거나 조기에 발견하면 적어도 더 이상 진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수두증, 뇌 양성종양, 갑상선질환, 신경계 감염, 비타민 부족증에 의한 치매는 전체 치매의 10-15%를 차지하며 완치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많은 혈관성 치매의 경우 조기에 발견하면 더 이상 진행을 막을 수 있고 예방도 가능합니다.
FAQ 3. 치매가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아는가?
치매는 환자가 기억장애, 언어장애, 시공간능력의 저하, 성격 및 감정의 변화, 추상적 사고의 장애, 계산력 저하 등 뇌의 여러 기능이 전반적으로 떨어져야 진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뇌의 인지기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검사자와 환자가 마주 앉아서 대화도 해보고 환자분으로 하여금 글씨도 쓰고 그림도 그리게 해보아야 합니다. 여러 자극을 제시하고 이런 것들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도 보아야 합니다. 이런 검사를 신경학적 검사 혹은 신경심리검사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기능은 다 좋은데 언어기능만 소실되면 치매라기보다는 실어증이라고 해야 옳습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신경학적 검사와 신경심리검사/언어검사는 뇌촬영 (뇌컴퓨터단층촬영, 뇌자기공명촬영)이나 혈액검사와 함께 치매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