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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질환도 암처럼 치명적, 빠른 판단과 술기가 관건”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외과 최종호 교수
복통은 우리가 일상에서 한 번쯤은 겪는 흔한 증상이다. 그렇기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참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참지 말아야 할 복통’ 혹은 ‘참을 수 없는 복통’이 있다. 장천공, 장 출혈, 장 폐쇄 등 위장관에 발생할 수 있는 응급 질환이 이에 속한다. 이렇듯 단순한 복통이 아닌 당장 수술이 필요한 질환으로 병원을 찾았을 때, 마주하는 의사가 바로 위장관외과 의사다. 노원을지대학교병원 외과 최종호 교수는 위와 소장을 절제하고 문합하는 수술로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에게 건강한 일상을 선물하고 있다.
우리 몸에서 가장 긴 장기, 소장을 수술하는 의사
“제가 마주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복통을 참아내다 더 이상 못 참겠다며 온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장에 구멍이 뚫리거나, 막히는 증상은 하루아침에 생길 수도 있지만 서서히 발생하다 어느 순간 심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감각이 둔한 노인 중에는 장이 천공되어 복강이 오염되거나 장이 괴사하여 패혈증이 진행될 정도로 늦게 병원에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분들에겐 장 질환도 암처럼 치명적이죠.”
소화관은 입에서부터 시작해 식도, 위, 소장, 대장, 항문으로 연결되는 유연한 관과 같은 조직이다. 특히 최 교수의 전문분야인 소장은 3~4m 정도로 긴 소화관이 복강 안에 구부러져 들어있기 때문에 장의 운동과 팽창, 섭취된 음식물과 소화액의 원활한 이동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복부 팽만감, 복통을 느낀다. 이 중에서도 궤양 천공 혹은 출혈, 괴사가 진행된 상태라면 죽은 조직을 잘라내고 봉합하는 소장절제술, 위절제술, 일차봉합술 등 위장관외과 응급 수술이 진행된다.
이때 의사의 빠른 판단과 술기가 관건이다. 복강 안에는 소장을 비롯한 간, 위, 대장, 비장 등 다양한 장기와 혈관이 얽혀있다. 비좁은 공간에서 모든 장기의 상태를 판별해야 하고, 장을 잡아당기는 강도, 봉합하는 세기나 치밀함 등 의사의 술기 하나하나가 환자의 상태를 좌우한다. 최 교수는 현재 외래는 물론 응급실을 통해 오는 많은 환자의 위장관 수술을 도맡아 하고 있다.
비만대사클리닉 개소, 위장관 절제술 고도비만 치료에 효과
앞서 말했듯이 위나 소장 절제는 괴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잘라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반대로 일부러 잘라내는 경우도 있다. 바로 고도비만 치료를 위해서다. 고도비만은 몸에 과도한 지방이 축적되면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성질환이다.
우리 몸은 체중이 증가하면서 지방세포의 크기도 증가하고 그 개수도 늘어난다. 그만큼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지방간, 각종 암 등 발생빈도를 높인다. 고도비만 치료법으로는 생활습관 개선, 약물치료 등이 있으나 현재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바로 수술이다. 위장관 의사가 위소매절제술 또는 위우회술을 시행한다.
위소매절제술은 위를 수직으로 80%가량 절제하여 섭취하는 음식의 양을 줄여주는 수술이다. 위 용량이 적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적게 먹고 빨리 포만감을 느끼게 되는 효과가 있다. 루와이 위우회술은 15cc 정도의 작은 위주머니를 만들고 이를 소장과 연결해 섭취제한과 흡수제한을 동시에 이루는 수술 방법이다. 이를 위해 최 교수는 2021년 8월 노원을지대학교병원 비만수술클리닉을 개소한 외과 이주호 교수의 지도 아래 고도비만 치료에 힘을 보태고 있다.
“비만대사수술로 위장관 의사들의 영역도 그만큼 확대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고도비만은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데 현재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이 수술이니까요. 수술 후 1년 6개월에 걸쳐 평균 초과체중의 50~80%를 감량할 수 있고, 동반 질환도 치료됩니다. 비만 수술은 위험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술기가 뛰어난 위장관 의사들이 더 세심한 치료와 처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최 교수는 사실 평범한 공대생이었다. 군 복무 시절 선임병이 갑자기 허리를 못 펴고 숨을 못 쉬겠다며 쓰러졌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이 내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리고 의사의 처치로 생명이 위태로웠던 선임병이 회복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공대 졸업을 앞두던 해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의전원에 입학했다. 남들보다 늦었다는 두려움과 걱정보단 남들보다 몇 배로 제 몫을 해내야겠다는 각오로 지금의 자리까지 온 최종호 교수. 나를 위함이 아닌 남을 위해 의사의 길로 들어선 최 교수를 통해 진정한 의사의 소명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