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 조금 넘는 기간동안 잦은 입원으로 병원이 두 번째 집이 되었습니다. 통원치료를 받을 때에도 늘 모든 환자에게 최선을 다 하심을 느끼지만 병동생활을 할 때 그 진심은 더욱 깊이 전해집니다. 외래 환자가 워낙 많으셔서 항상 진료 마감 시간을 한참 넘기고도 대기 환자가 있곤 한데, 그 늦은 시간에도 면담을 위해 직접 병동에 발걸음을 해 주시고, 짧은 점심시간, 없는 시간도 쪼개고 쪼개어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더 병동환자들을 보려 노력해주심에 무척 감사하답니다. 교수님만의 따뜻함과 재치, 그리고 굳게 닫힌 상처 입은 마음도 여는 특별한 정은 어떤 무엇보다 환자의 치유에 있어 가장 효과 좋은 약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교수님의 한 번이라도 더 웃게 해 주시려는 노력, 치료에 방해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단호하게 일러주시는 진심, 저 자신보다 절 더 잘 파악하고 계심에도 또 확인하시는 철저함, 문제의 원인을 함께 탐색하고자 하시는 열정, 스스로 나아지려는 의식을 만들어주시는 아낌없는 격려와 조언이 지금까지 절 살려주었고, 오늘도 교수님과 울고 웃으며 병동에서의 하루를 보내게 해주었고, 내일도 의지를 갖고 살게 해 줄 겁니다. 입원 생활을 비롯해 그동안의 치료 과정에 있어 수많은 고비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고집도 많이 부리고 약속도 잘 안 지키며 말 안듣고 종종 가슴 철렁하게 해 드려 앞이 캄캄하실 때도 있으실 것 같아 늘 가슴 한켠 죄송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의 휴가 직전, 섭식장애로 저혈당 쇼크를 겪어 급하게 입원을 하게 되었는데, 휴가기간 중 섭식장애 세미나에 다녀오셨고 제게 새 프로토콜과 치료환경을 제공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몇 개월에 걸친 치료기간동안 면밀히 살펴봐주시고, 정성을 쏟아주신 덕분에 먹지 않아 매일 쓰러지고, 고통 속에서 허덕이던 나날에서 벗어나 다시 먹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교수님께선 제가 조금이라도 더 편하고 나은 삶을 살아가도록 노력해주셨습니다. 너무 힘들고 벅차서 모든 걸 다 그만두고 이만 쉬고 싶다 말하는 제게 다시 붙잡고 걸어갈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이러한 교수님의 헌신이 저뿐 아니라 그동안 만났고 만나고 계신 많고 많은 환우분들과 그 가족분들께 눈 앞에 두고도 잃고 지낼 수밖에 없고, 결코 다시 누릴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일상'을 선물해주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1년 전 교수님께서 면담 중 해주셨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안 만나는 날이 올 거잖아. 난 모든 환자를 처음 만날 때 헤어질 때를 상상하고 그렇게 진료를 시작해.“라고 하셨고, 전 막 치료를 시작한 두 달 정도 되는 시점이었던 터라 '난 이제 시작인 줄 알았는데 안 만나는 날이 올 거라니, 그 보다 누군가와 처음 만날 때부터 헤어질 때를 상상하면 모두가 끝날 인연일테니 너무 슬픈 직업인데?'하며 놀랐습니다. 그런 제 반응을 눈치채셨는지 바로 답해주셨습니다. 우리가 안 만난다는 건 치료를 종료해도 될 만큼 나아졌다는 거고, 그래서 환자와의 마지막 날을 생각하며 치료를 시작하는 거라고요. 그날의 시점은 모두가 다 다르겠지만 그 때까지 교수님께선 언제나 그러셨듯 똑같이 최선을 다해 환자를 보실 거란 걸 압니다. 각 환자마다의 가장 좋은 치료, 원인, 방법론 등을 고민하실 거고 환자를 더 잘 알아가기 위해 더 바삐 공부하시고 움직이실테죠. 이렇게 온 힘을 다 해 주셔서 어쩌면 제게도 아직 미래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가끔 다른 생각을 이겨내곤 합니다. 앞으로도 오늘처럼 물에 불린 듯 팅팅 부은 얼굴로 면담을 가고, 면담 중에도 걱정을 잔뜩 안겨드리고, 눈물로 가득 채우는 날도 많을 수 있지만, 힘들어서 웃는 게 아닌 정말 진심으로 기뻐서 웃는 날도 점차 늘어나길 기대해 봅니다. 늘 애써주시는 교수님께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 선생님 매일 매일 뒤에서도 엄청 신경써주시고 많이 챙겨주시는 거 알아요. 저 많이 힘드실 텐데 포기 안 해주신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드려요. 죄송하단 얘기 안 쓰려고 무척 노력했는데 사실 죄송한 거 투성이예요. 저도 말 잘 듣고 뭐라도 먹고 약도 잘 먹고 생각도 짧게 하려 하고 감정과 표정도 일치하게 하려고 하고 충동도 잘 제어하고 돌처럼 숨만 쉬고도 살고 그러다 괜찮아지면 면역을 위해 운동도 하고 열심히 지내다 너무 힘들져서 입원 해야될 것 같을 땐 버티지 않고 올라가려고도 노력해볼게요. 지하에서 이걸 우연히 보고 감사함을 전할 수 있는 게 이것 뿐인 것 같아 이렇게나마 남겨요. 감사합니다:) )